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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딸육아

중1 첫 시험, 혼란 속에서 찾은 시간관리와 엄마의 조력법

by 소라해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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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치는사진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찾아온 첫 중간고사. 성적보다 무서운 건, 처음 경험하는 ‘시험이라는 시스템’에 아이가 느끼는 압박감과 부모가 맞닥뜨리는 혼란이었다. 나는 큰아이의 첫 시험 기간을 지나며, 공부보다 더 힘들었던 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아이의 말이었고, 그 혼란을 어떻게 시간으로 나누고 정리해줄지를 고민한 시간이었다.

계획은 있지만 실천이 없는 아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중학교 입학 후 처음 맞이한 중간고사. 기대보다 당황이 먼저였다. 큰아이에게 “계획은 세웠어?”라고 묻자, 색연필로 예쁘게 꾸며진 시간표를 보여줬다. 그런데 막상 공부는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도 책을 넘기기만 했고, 어느 과목을 먼저 봐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아이에게 부족한 건 의지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감각’이었다. 시험공부라는 개념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어느 정도 분량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반복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결국 하루는 허둥지둥, 하루는 멍하게 보내는 사이, 시험일은 점점 다가왔다. 그때 깨달았다. 첫 시험에서 성적보다 중요한 건 ‘학습 전략’이 아니라 ‘시간을 감각적으로 나누는 훈련’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은 아이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계획표를 짜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자기 시간에 구조를 부여하도록 조율해주는 것이다.

시험 전 2주, 이렇게 시간과 감정을 분리했다

1. 주 단위로 먼저 큰 그림을 보여줬다
시험까지 며칠 남았는지, 그 안에 과목별로 해야 할 범위를 분해했다. 월~금까지는 기본 개념 학습, 주말은 실전 문제, 마지막 3일은 정리 복습이라는 ‘덩어리 구조’를 시각화했다. 계획은 ‘디자인’이 아니라 ‘지도’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2. 하루 단위는 3시간 이상 넘기지 않게 제한했다
첫 시험부터 6시간 넘게 앉아 있길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공부 시간은 하루 3시간 이내로 제한했고, 그 안에 40분 공부 + 10분 휴식 루틴을 반복했다. 시간이 적더라도 집중을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이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낼 수 있었다.

3. 감정이 올라올 땐 바로 공부를 중단했다
어떤 날은 “나 그냥 모르겠어”라며 갑자기 울기도 했다. 그럴 땐 책을 덮고 산책하거나 간식을 먹으며 마음을 먼저 안정시켰다. 감정과 학습을 억지로 연결하면 아이는 점점 공부=스트레스 로 각인된다. 감정이 회복된 후 다시 책을 펼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4. 과목별 ‘가벼운 진입’ 방식을 택했다
사회나 과학처럼 암기량이 많은 과목은 처음부터 문제를 푸는 대신, 만화 교과서나 유튜브 개념 요약 영상을 먼저 보게 했다. 아이의 부담을 줄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작하니 몰입도도 올라갔다.

5. 부모의 역할은 점검이 아니라 ‘관찰’
하루가 끝나면 “오늘 몇 페이지 했니?” 대신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어?” “어떤 과목은 어려웠어?” 같은 감정 기반 질문을 던졌다. 점검은 부담이 되지만, 대화는 정리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도 스스로 공부 내용을 정리하고 계획을 조절하는 힘을 키워갔다.

첫 시험은 성적이 아니라, 시험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의 첫 시험 성적은 기대보다 낮았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 2주 동안 아이는 ‘시간을 구조화하는 힘’을 배웠고, ‘감정과 공부를 구분해서 다루는 방법’을 익혔다. 이건 점수로 확인되지 않지만, 다음 시험부터 분명히 드러날 자산이었다. 시험은 단지 성적을 내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관리하는 연습이다. 특히 중1 첫 시험은 공부보다 ‘시간 감각’과 ‘계획 유지력’을 키우는 기회다. 부모는 점수를 매기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패턴을 찾을 때까지 옆에서 리듬을 잡아주는 메트로놈이어야 한다. 지금도 시험 전이 되면 아이는 스스로 복습 구조를 짠다. 이전처럼 ‘예쁘게 꾸민 계획표’는 없다. 대신 단순하고 명확한 시간표가 있고, 실행력이 생겼다. 그게 바로 첫 시험이 남긴 가장 값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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