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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막내, 똑 부러진 말투 뒤에 숨겨진 정서 들여다보기

by 소라해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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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뒷모습

 

 

 

막내는 작고 귀여운 존재로 여겨지기 쉽지만, 때때로 그 아이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어른스러울 때가 있다. 말은 똑 부러지고, 스스로 챙기며, 언니들 사이에서 중재까지 하는 아이. 보기엔 편하고 기특하지만, 그런 조숙함 속에 감춰진 감정적 부담과 외로움은 예상보다 깊다. 나 역시 우리 막내를 통해 ‘성숙함’이 꼭 안정이나 강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기특하단 말 뒤에, 아이는 혼자 컸다

우리 막내는 정말 야무지다. 언니들보다 말을 먼저 꺼내고, 물건도 스스로 챙긴다. 혼자서 숙제를 하고, 잘 먹고, 잘 정리한다. 어디 내놔도 걱정 없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자주 ‘엄마, 나 잘하고 있지?’라는 눈빛을 보내는지. 막내는 늘 사랑받지만, 그만큼 많은 역할을 스스로 떠안고 있다. 자연스레 언니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집안 분위기를 중재하려 하며,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늘 ‘기특한 아이’ 모드로 자신을 단속한다. 나는 처음엔 그 모습이 대견했고, 편했다. 하지만 점점 아이가 자주 혼자 있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걸 보며 의문이 들었다. ‘혹시 이 아이는 어른이 원하는 모습을 하기 위해 어린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조숙함은 아이가 스스로 만든 갑옷일 수 있다. 그걸 깨닫고 나서야 나는 아이의 ‘착한 모습’보다 ‘감춰진 속마음’을 보게 됐다.

조숙한 막내가 보내는 다섯 가지 ‘보이지 않는 신호’

1.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착각하지 않기
막내는 자주 혼자 놀았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라고 여겼지만,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언니들이랑 놀고 싶은데, 난 항상 마지막에 끼는 것 같아.”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 혼자 있는 게 편한 게 아니라, 끼지 못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거였다.

2. ‘괜찮아’라는 말이 너무 잦을 때
넘어져도, 억울해도, 장난감이 망가져도 우리 막내는 늘 “괜찮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그 안에는 ‘슬프지만 참아야 한다’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 자주 듣는 말일수록,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빼앗긴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됐다.

3. 언니들보다 먼저 사과할 때
다툼이 있으면 막내가 제일 먼저 사과했다. 이유를 물으면 “내가 젤 작으니까 내가 먼저 사과해야 되잖아”라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작은 내가 먼저 참아야 한다’는 왜곡된 역할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숙함이 배려로 포장된 순간, 아이는 자신을 자꾸 뒤로 밀고 있었다.

4. 감정을 조용히 쌓을 때
막내는 감정을 거의 폭발시키지 않는다. 대신 어느 날, 이유 없이 멍하니 앉아 있다거나, 갑자기 우울한 말들을 꺼낸다. 조숙한 아이는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저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땐 감정을 끄집어내는 질문보다,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시간이 훨씬 필요했다.

5. 칭찬에 과하게 반응할 때
“네가 있어서 엄마가 편해”라는 말에 막내는 늘 과하게 웃거나, 다음날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칭찬이 동기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런 반응 속에서 나는 ‘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이라는 걸 느꼈다.

막내의 갑옷을 벗겨주는 건 “넌 그냥 그래도 돼”라는 한마디

조숙한 막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후회한 건, 그 아이의 기특함에 안주했던 내 모습이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할이 아니라 존재였다. 잘해서 예쁜 게 아니라, 그냥 존재만으로도 사랑받는다는 감각. 그걸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나는 몇 가지를 바꾸었다. 아무 잘못이 없어도 “힘들었겠다”고 말해주고, 아이가 뭔가 해냈을 때도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돼”라고 말해줬다. 무조건적인 칭찬보다, ‘지금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자주 전달했다. 막내는 여전히 야무지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감정을 잘 표현한다. 가끔은 울기도 하고, 짜증도 낸다. 나는 그게 더 건강하다고 믿는다. 아이의 조숙함이 버팀목이 아니라 짐이 되지 않도록, 엄마인 내가 그 갑옷을 벗어줄 수 있어야 했다. 오늘도 막내가 ‘작은 아이’로 있어도 괜찮은 공간을 지켜주기 위해 나는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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