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라는 말은 언제나 아이에게 힘이 될까? 나는 세 딸을 키우면서 그 말이 어떤 아이에겐 동기가 되고, 또 어떤 아이에겐 부담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칭찬은 단순히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상태에 따라 조율되어야 하는 피드백이다.
칭찬에도 감정의 타이밍이 있다
어느 날, 막내가 그림을 한 장 그려서 들고 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우와, 진짜 잘했다!” 그런데 아이는 별 반응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뒤따라가서 물었더니, “그냥 봐줬으면 좋겠는데 또 잘했다 그러면 부담돼…”라고 했다.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가 기뻐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칭찬이 기대나 평가처럼 느껴졌던 거다. 돌아보니 첫째는 칭찬을 분석했고, 둘째는 눈치를 봤고, 막내는 칭찬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즉, “잘했어”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칭찬은 감정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냥 잘했다는 말보다,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해냈는지를 알아봐 주는 말이 훨씬 깊게 닿는다. 나는 그때부터 말의 내용을 바꾸기보다, ‘아이의 기분에 맞춘 타이밍’을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칭찬의 언어들
1. 논리적인 첫째에게는 ‘결과’보다 ‘과정’을 언급
첫째는 뭐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아이였다. “잘했어”보다 “처음보다 더 자연스러워졌네”, “이번엔 전보다 시간이 덜 걸렸어”라는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 과정의 진전을 짚어주는 말이 아이에게는 일종의 데이터처럼 느껴졌고, 스스로 개선점을 찾게 해줬다.
2. 감성적인 둘째에게는 ‘감정 묘사’가 핵심
예술 활동에 몰입하는 둘째는 표현력은 좋지만 칭찬에는 민감했다. “너무 예뻐!”보다 “네 그림 보니까 엄마 마음이 따뜻해졌어” 같은 감정 기반 피드백이 훨씬 큰 울림이 있었다. 아이의 표현이 누군가의 감정에 영향을 줬다는 건, 예술형 아이에게 최고의 동기였다.
3. 눈치 빠른 막내에게는 ‘관심 기반’의 응답
막내는 칭찬을 통해 ‘기대’를 느끼는 아이였다. 그래서 “이번엔 이런 시도 했구나”, “여기 색을 다르게 썼네?”처럼 단순한 인정과 관찰 중심의 코멘트를 사용했다. 성취보다는 ‘엄마가 너를 보고 있다’는 메시지가 중요했다. 감시가 아니라 공감의 시선으로 말할 때, 아이는 자기만의 표현을 더 자유롭게 이어갔다.
4.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비교 없는 피드백’
“언니보다 낫네”, “이번엔 너답지 않게 잘했네” 같은 말은 칭찬 같지만 결국 비교다. 나는 그런 말을 전부 빼고, “오늘은 네가 네 모습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아이의 성향을 자극하지 않고, 존재 자체를 존중해주는 말은 모든 성향에 공통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줬다.
5. ‘칭찬 후 여백’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이건 너도 만족했지?” 한 마디 후 미소 지으며 기다리는 순간들이 생겼다. 아이 스스로 “응, 나 이거 마음에 들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여백은 칭찬보다 더 깊은 자긍심을 키워줬다.
아이에게 닿는 말은, 말보다 마음이 앞서야 한다
칭찬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많이 해도 문제고, 안 해도 아쉽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수식어가 아니라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잘했어”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평가처럼 들릴 수 있다. 그보다는 “이거 하느라 힘들었겠다”,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마음이 참 담겨 있네” 같은 말이 훨씬 깊게 스며든다.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말의 결이 다르기에, 부모는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아이는 스스로를 다르게 느낀다. 존재를 보는 말, 감정을 알아주는 말, 여백을 남기는 말이 결국 아이를 자존감 있게 키운다. 지금도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떠올린다. “이 말을 아이가 듣고, 기뻤을까? 아니면 무거웠을까?” 그 질문을 잊지 않는 순간, 나의 칭찬도 함께 자라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