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의 대화는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얇은 선 위를 걷는 일이다. 작은 말 한마디에 방 문이 닫히고, 말보다 눈빛과 숨소리로 감정이 오가는 시기. 같은 엄마로서 나는 감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매일 전략을 조정하며 딸아이와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은 충돌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를 ‘유지’하는 구체적 상황별 실전 대응법을 정리한 것이다. 어떤 말은 상처가 되고, 어떤 말은 연결을 만든다. 딸과의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내가 선택한 말과 피한 말들을 상황 중심으로 공유한다.
문 닫히기 5초 전, 멈췄던 말
“내가 언제 그랬는데!” 딸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내 말에 감정이 섞인 걸 아이는 정확히 눈치챘고, 눈빛이 얼어붙는 걸 봤다. 문을 닫기 직전, 나는 말을 멈췄다. 그 날 이후 나는 '어떻게 하면 문이 안 닫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끊기지 않게'만 하자는 원칙 하나만 붙잡았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건, 거창한 육아철학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언어의 습관들이었다.
사춘기 대화, 이럴 땐 이렇게 말한다
상황 1: 감정 폭발 직전일 때
아이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올라간다. 기존엔 “말 그렇게 하지 마”라고 했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는다. 입을 닫고 눈을 맞춘다. 10초. 그리고 “지금은 잠깐만 멈출게. 네가 괜찮을 때 다시 말하자.” 그 한 줄이 감정을 바꿔놓는다. 말을 줄이면 상황이 멈춘다.
상황 2: 잔소리처럼 들릴 때
“좀 일찍 자야지”라는 말, 세 번 반복되면 효과는 0이 된다. 그래서 나는 최근엔 “내일 네가 덜 피곤하려면 지금 뭐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다. 선택권을 주면, 아이는 듣기 시작한다. 들으면 말이 이어진다.
상황 3: 아이가 ‘됐어’ 하고 말 끊을 때
“됐어”는 벽이다. 그럴 땐 바로 뚫으려 하지 않는다. 그날 밤 아이가 씻고 방에 들어갈 때, 문 앞에서 조용히 말한다. “그래도 난 네 기분이 궁금하긴 해.” 이 말은 문을 닫지 않는다. 그 다음 날,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상황 4: 조언이 통하지 않을 때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해?”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의를 강요하는 말. 이럴 땐 아예 “나는 다르게 느껴지긴 했어. 근데 네 생각 듣고 싶어”로 간다. 내 의견보다 네 마음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주면, 아이는 말하기 시작한다.
상황 5: 엄마가 먼저 상처 줬을 때
말이 격해지고, 내가 먼저 다그쳤다. 예전엔 변명을 했다. 지금은 짧게 말한다. “엄마가 아까 말 너무 세게 했지. 미안해.” ‘미안’이 빠르면 아이의 마음도 금방 돌아온다.
끊어지지 않게만 하자, 연결은 그다음 일
사춘기와의 대화는 유지전략이다. 논리도 정답도 없다. 오직 관계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딸과 말이 이어지게 하기 위해 말을 줄이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읽는다. 문이 닫히지 않게. 감정이 끊기지 않게. 그것만 지켜도 아이는 다시 돌아온다. 그때 우리는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