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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게 싫다는 아이에게, 엄마가 해준 말과 하지 않은 말

by 소라해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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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하는모습사진

 

우리 아이는 발레를 전공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자주 말한다. “나는 키가 작아서 안 될 것 같아.” 무심코 넘기기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체형에 대한 컴플렉스는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과 연결된 정서의 문제라는 걸 아이를 키우며 절실히 느꼈다. 이 글은 아이가 외모로 인해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했을 때, 부모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내가 실제로 했던 말과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을 기록한 경험이다. 특히 예체능 아이처럼 외모 기준이 엄격한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체형은 민감한 화두이기에, 더 세심한 언어와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키가 작아서 안 돼”라는 말 뒤에 숨은 감정

우리 둘째는 발레를 전공하고 있다. 무대에 설 때면 누구보다 당당하지만,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선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안 크지?” “저 언니는 다리가 길어서 예뻐.” “나도 클 수 있을까?” 처음엔 그냥 사춘기의 흔한 고민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고, 연습을 해도 전만큼 집중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알았다. 아이가 단순히 키에 대해 불평하는 게 아니라, ‘이 길에서 나만 불리한 존재’라고 느끼고 있다는 걸. 체형에 대한 컴플렉스는 성장기 아이에게 있어 정체성의 문제다. 그 기준이 자신을 덮어버릴 때, 아이는 자기 표현을 줄이고, 꿈조차 접을 준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말을 바꾸기로 했다. 위로 대신, 동행의 시선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체형 컴플렉스를 키우는 말 vs. 감정을 살리는 언어

1. “괜찮아, 나중에 클 거야”는 오히려 불안만 키웠다
나는 처음에 이렇게 말했다. “키야 지금 안 커도 나중에 크지!” 그 말은 위로처럼 보였지만, 아이는 점점 더 불안해했다. 왜냐하면 그 말엔 ‘커야 괜찮다’는 전제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모습은 충분하지 않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었다.

2. “넌 작지만 OO 해”의 비교형 칭찬도 상처였다
“넌 키는 작지만 동작이 부드러워서 괜찮아.” 이 말은 비교를 제거한 듯하지만, 오히려 ‘작은 건 단점’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긍정으로 포장된 조건형 말투는 아이에게 ‘어떤 조건이 있어야만 괜찮다’는 느낌을 줬다.

3. 잘 보이는 것보다 잘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줬다
내가 바꾼 말은 이거였다. “나는 네가 움직일 때 감정을 진짜 잘 느껴. 너만의 리듬이 있어.” ‘보여지는 몸’에서 ‘표현하는 몸’으로 시선을 옮기자, 아이도 자신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몸이 작아도 감정이 크면 무대는 훨씬 크게 느껴진다.

4. 비교보다 기록으로 아이를 응원했다
매주 발레 일지를 쓰게 했다. “이번 주엔 어떤 동작이 잘됐는지”, “어떤 순간이 제일 즐거웠는지”를 쓰면서, 아이는 ‘자신의 발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성장이라는 건 키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경험하게 했다.

5. 신체적 평가가 아닌 경험적 대화를 나눴다
무대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했을 때 관객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내 관심이 체형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에 있다는 걸 아이는 점차 알아차렸고, 자연스럽게 신체 평가에서 벗어났다.

아이의 외모가 아닌 감정에 집중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성장기 아이가 겪는 체형 컴플렉스는 단지 거울 속 문제만이 아니다. 그건 사회의 기준과 또래의 시선, 그리고 부모의 언어가 만들어낸 ‘자기 평가’의 결과다. 나는 이제 말한다. “지금 모습도 충분히 멋지다.” “몸보다 감정이 더 크니까, 네 무대는 충분히 다 닿고 있어.” “너는 단지 예쁜 게 아니라,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야.” 말은 습관이고, 시선도 훈련이다. 부모가 체형을 말하지 않는 대신 감정을 말하는 훈련을 할 때, 아이도 자신을 자꾸 덜 비교하게 된다. 우리 아이는 여전히 키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더는 그걸 ‘결핍’으로 여기지 않는다.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크고 깊은 감정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아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한 말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하지 않았던 말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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