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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아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루틴의 힘

by 소라해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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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엄마의모습

 

 

세 아이를 키우며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바닥날 때가 많다. 아이들을 챙기고, 사업장을 운영하고, 감정의 파도까지 감당하면서 어느 순간 ‘나는 어디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너진 중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거창하지 않지만 매일 반복되는 작은 습관들이 나를 지켜줬다. 

“아이들 재우고 나면 난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밤 10시.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거실은 조용해진다. 그 조용함 속에 나는 침묵이 아니라 무기력함을 마주한다. 마음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내일 아침 메뉴가 떠오르고 학교 준비물, 숙제 검사, 밀린 사업 일정이 머릿속에 쏟아진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문득 드는 생각. “내 시간은 왜 항상 하루 끝자락에만 존재할까?” 나는 분명 세 아이의 엄마지만, 그 전에 ‘나’이기도 하다. 그 ‘나’를 유지하기 위해, 무너진 일상 속에 아주 작고 사적인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의무가 아닌 회복을 위한 시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챙기기 위해 의식처럼 반복한 작은 행동들. 그게 결국 내 중심을 지켜주는 줄이 되었다.

세 아이 틈에서 나를 지켜낸 5가지 루틴의 의미

1. 하루 두 페이지, 아무 글이나 읽기
의미 있는 책이 아니어도 좋다. 가끔은 에세이 한 줄, 때론 잡지 속 인터뷰 하나. 아이들이 잠든 후,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건 늘 문장이었다. 그 시간이 없으면 언어를 잃는 느낌이었다. 생각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의식 있는 하루’로 바꾸는 힘이 글 속에 있었다.

2. 세안 후 바르는 크림에 손등 두드리기
스킨케어도 루틴이 되면 자기 존중의 방식이 된다. 급하게 바르지 않고,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늘도 잘 견뎠다”는 말 대신 손길로 스스로를 쓰다듬는다. 거울 앞의 얼굴에 “너, 오늘 수고했어”라고 속으로 말한다.

3. 하루 중 15분은 이어폰으로 ‘내 취향의 음악’ 듣기
아이의 동요도 아니고,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는 시간 15분. 세상과 완전히 단절하고, 오롯이 감정만 연결되는 그 순간이 내 감정을 가장 정직하게 회복시키는 루틴이 되었다.

4. 아이가 없는 공간에서 단 10분이라도 앉기
화장실, 베란다, 주차장 안 차 안. 어디든 좋다. 단 10분이라도, ‘엄마’라는 호명이 없는 장소에서 숨을 고를 수 있다면. 그 10분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의 감정 온도는 너무나 달랐다.

5. 잠들기 직전 한 문장, 나에게 쓰는 기록
“오늘 너무 힘들었지만, 나 진짜 잘 버텼어.” 짧아도 좋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회복의 메모. 육아와 일로 바삐 돌아가는 하루에도 이 한 줄이 있으면 내 존재를 잊지 않게 된다.

나야, 고마워. 오늘도 무너지지 않아서

세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는 언제나 예상보다 버겁다. 그 속에서 나는 종종 지워지고, 멀어지고, 무너진다. 하지만 이 작고 사적인 루틴들이 나를 다시 불러낸다. 엄마라는 이름 말고도, 나에게 말 걸어주는 시간. “잘 버텼어. 오늘도 잘했어.” 누구의 평가가 아니라, 내 안에서 들리는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내일도 다시 ‘나’로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이제는 나를 아끼는 연습도 매일 해보려 한다. 그게 우리 모두를 지키는 루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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