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말투가 거칠어진다.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 명령조, 빈정거림이 입에 붙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 말은 훈육을 위한 도구였지만, 동시에 아이의 감정 기후를 만드는 언어였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 글은 말투 하나 바꾸면서 아이의 반응이, 관계가, 내 마음까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한 진짜 변화의 과정이다. 결국, 아이의 하루 표정은 내가 어떤 말로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라는 아이 말 한마디
“빨리 좀 해, 엄마 바쁘다고 했지?” 그 말에 아이가 움찔했다. 그날 저녁, 첫째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나 요즘 엄마 말투 들으면 기분이 나빠.”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나는 매일 바쁘고 피곤해서 말의 내용보다 속도가 중요했지만, 아이에게 그건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말투가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반복되는 문장은 아이 마음에 쌓여 감정의 기후를 바꿔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바로잡아야 할 엄마의 언어부터 시작된 문제였다.
아이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한 말투의 온도들
1. “왜 그랬어?” 대신 “무슨 마음이었어?”
같은 질문인데, 결과는 달랐다. “왜 그랬어?”는 추궁처럼 들렸고 “무슨 마음이었어?”는 감정으로 건너가는 다리였다. 아이도 더 많이 말했고, 나는 덜 화냈다. 대화가 아니라 마음이 오가기 시작했다.
2. “하지 마”보다 “이렇게 해보면 어때?”
막내가 물을 쏟았을 때, 전엔 “그렇게 하지 말랬지”가 먼저 나왔다. 요즘은 “이렇게 하면 더 편할 거야”라고 말한다. 아이의 실수에 대한 반응이 바뀌자, 아이도 자기 행동을 방어하지 않고 고쳐보려 했다.
3. 짧은 명령보다 짧은 선택지를 준다
“지금 해!”는 말 안 듣는다. “지금 할래, 5분 뒤 할래?”는 생각하게 만든다. 같은 행동이라도 말투에 따라 아이의 감정 반응이 달라진다. 선택은 통제가 아니라 여유였다.
4. “엄마 말 안 들려?”는 감정 단절 신호였다
소리 지르고 나면, 대화는 끝났다. 요즘은 조용히 한 문장으로 되짚는다. “혹시 지금 듣기 싫은 기분이야?” 그러면 아이가 “응… 미안”이라며 다가온다. 말을 낮추면 아이가 가까워진다.
5. 하루 중 한 번은 꼭 감정 언어로 말 건다
“오늘 기분 어땠어?” “기분이 좀 가라앉았지?” “엄마는 네가 나한테 기대줄 때 참 좋아” 그 한마디가 하루의 감정을 정리해준다. 말투는 단지 소리의 높낮이가 아니라 관계의 방향이었다.
아이의 하루 표정은 내가 쏘는 말의 기류로 결정된다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혼날까봐 눈치 보던 표정에서 말 걸고 싶은 얼굴로 바뀌었다. 아이의 감정 기후는 내가 매일 입에 담는 말의 톤, 속도, 질감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나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춘다. “이 말이 아이를 끌어안을까, 밀어낼까?” 지금도 말투는 매일 연습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말투가 바뀌자 아이의 감정도, 우리 관계도 조금씩 따뜻해졌다는 것. 그 변화 하나면 오늘도 충분히 잘해낸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