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감정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속상했지?”, “기분이 어땠어?”라고 물으며 감정을 이름 붙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육아서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화가 나면 그런 말은 다 사라지고 “대체 왜 그래!” “엄마 말 좀 들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오늘은 아이의 감정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던 엄마가, 사실은 [ 스스로의 감정을 먼저 배우고 조절하는 법 ] 을 익혀야 했다는 깨달음과, 그 과정을 통해 엄마와 아이 모두의 감정이 조금씩 단단해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려고 한다.
아이보다 먼저 감정에 휘둘리던 사람.... 나였다
막내가 바닥에 누워 울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말하려 했지만 결국 “지금 뭐 하는 거야!”라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첫째가 시험이 망쳤다며 우울해할 땐 “그래서 지금 뭐 어쩌라고?”라고 했고, 둘째가 혼자 있고 싶다며 방문을 닫았을 땐 “가족끼리 왜 이렇게 예민하냐”며 문을 벌컥 열었다. 감정 읽기커녕 감정 던지기가 먼저였다. 아이의 감정을 돌보려면, 먼저 내 감정을 관리할 줄 알아야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아이의 감정을 돕기 위해 내 감정을 훈련하는 법부터.
내 감정 다루기 연습이 아이를 바꾸기 시작했다
1. 감정이 올라오면 먼저 ‘말을 미룬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한숨을 쉰다. 물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이렇게 혼잣말한다. “지금은 내가 감정 상태야. 말하지 말자.” 그 10초가 나를 막아준다. 그 10초 덕분에 아이는 상처받지 않았다.
2. 아이 감정 대신 내 감정을 먼저 언어로 풀기
“너 때문에 엄마가 화난 거야” 대신 “엄마가 지금 답답해서 말이 거칠었어.” 아이 탓이 아니라 내 감정을 ‘내 감정’으로 설명했다. 그 말투를 처음 들은 아이가 멈춰 섰다. 그 이후, 아이도 자기 기분을 말하기 시작했다.
3. 감정 다룬 후에야 아이의 감정을 물을 수 있다
내가 안정된 후에야 묻는다. “아까 그때는 네 마음이 어땠을까?” 아이의 말이 귀에 들어온다. 감정을 가르치는 건 ‘정보 전달’이 아니라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4. 하루에 한 번은 내 감정을 기록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났는지, 슬펐는지, 서운했는지 그걸 기록하면 다음엔 훨씬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감정은 반복되지만, 알아차리는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5. 아이와 함께 감정 회복 루틴을 만든다
소리 질렀을 때, 서로 손등을 한 번 두드리는 약속. 눈물이 날 땐, 말보다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신호. 감정을 푸는 방식도 함께 만든다. 엄마도 감정이 있고, 아이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제는 감정 앞에서 아이보다 내가 먼저 멈추기로 했다
예전에는 감정을 참는 게 어른의 방식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게 진짜 어른의 역할이라 믿는다. 특히 엄마라면, 아이의 감정 앞에 서기 위해 먼저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감정 앞에 선다는 건, 내가 먼저 멈추는 일이고 내가 먼저 말투를 낮추는 일이며 내가 먼저 내 감정을 껴안는 일이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 감정이 안정되면, 아이의 감정도 훨씬 더 안전하게 표현된다는 것. 그걸 배운 지금, 나는 아이에게 감정을 알려주는 ‘엄마’가 아니라 함께 감정을 배우는 ‘사람’이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