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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투가 아이 마음이 된다

by 소라해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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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고있는엄마와딸

 

 

아이 앞에서 무심코 내뱉은 “아휴 못 해먹겠다”는 말이 아이 입에서 그대로 반복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말은 감정이고, 감정은 곧 분위기가 된다. 내 말이 아이의 기분, 말투, 사고 방식에 스며든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언어를 바꾸는 훈련을 시작했다. 

장난처럼 내뱉은 그 말에, 아이도 따라 웃었다

“아휴, 진짜 못 해먹겠다.” 일이 몰려 피곤한 날, 아무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장난치듯 웃는 막내를 보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도 못 해먹겠네~” 웃자고 한 말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말투의 톤, 표정, 숨결 같은 것들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걸. 말은 단지 전달 수단이 아니었다. 그 말이 가진 감정, 기운, 분위기 전체가 아이의 내면을 감쌌다. ‘짜증’, ‘피로’, ‘비난’ 같은 단어들이 아이 마음의 배경음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는 내 말부터 고쳐보기로 했다. 그건 단순히 말투를 예쁘게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있는 공간의 공기를 내가 결정하는 일. 아이에게 머물게 할 감정의 색을 바꾸는 일이었다.

말을 바꾸니 반응도 바뀌었다

1. “아휴” 대신 관찰로 시작하기
예전: “아휴, 왜 이렇게 어질러놨어?” 지금: “여기 장난감이 많이 흩어졌네.” 감정이 실린 탄식 대신, 사실만 말하는 습관을 들였다. 지적 대신 관찰로 시작하면, 아이의 반응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2. “짜증나” 대신 “조금 버거워”
짜증이라는 단어는 듣는 사람을 위축시킨다. “짜증나”를 “지금은 좀 버거워”로 바꿨다. 같은 감정도, 표현이 달라지면 아이는 공감하고 다가온다. “엄마 지금 힘들어?”라며 감정을 이해해주는 말이 돌아온다.

3. “그만해!”보다 “잠깐 쉬자”
형제 싸움이 시작되면 자동 반사처럼 “그만해!”를 외쳤다. 이제는 “잠깐 서로 쉬자”로 바꿨다. 지시는 반항을 부르고, 제안은 수용을 부른다. 말의 방식이 아이 감정의 흐름을 바꾼다.

4. 자기비난은 마음의 지진이 된다
“엄마는 왜 이렇게 못하냐…” 그 말을 듣는 아이는 ‘엄마가 무너지고 있다’고 느낀다. “오늘은 좀 힘들었지만, 내일 다시 해보자” 그 말은 아이에게도 자기 회복 언어로 남는다. 내가 나를 다독이는 방식이 아이의 감정 안정에도 영향을 준다.

5. 하루 끝에 말 점검하기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내가 쓸데없이 한 말은 뭐였지?” 하나씩 떠올리고,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한 문장만 다르게 해본다. 그 작은 말의 전환이 하루 분위기를 바꾼다.

내 말이 아이의 언어가 되지 않도록

내가 내뱉은 말이 언젠가 아이 입에서 들려온다. 그 말이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아이를 닫히게 하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말하기 전 한 번 멈춘다. 이 말이 정말 필요한가? 이 감정을 굳이 말로 내보내야 할까? 덜 내뱉고, 더 들어주는 엄마. 더 따뜻하고, 덜 반응하는 엄마. 아이의 내면을 밝히는 말 한 줄을 위해 나는 매일 말의 습관을 다시 연습한다. 그 말이 언젠가 아이 마음속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언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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