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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딸맘의 보드게임카페운영 현실일기

by 소라해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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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세딸을육아하는엄마

 

세 딸을 키우며 유인 보드게임카페를 운영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새로운 전쟁이다. 오전에는 등교 준비로 분주하고, 오후에는 학원 픽업에 간식 준비, 저녁에는 가게 마감까지 쉼 없이 돌아가는 하루. 밖에서는 사장님, 안에서는 엄마로 살아가는 이중생활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건 아이들의 마음과 나 자신의 정체성이다. 

엄마도, 사장님도 포기할 수 없다

“엄마, 오늘은 집에 좀 있으면 안 돼?” 아침부터 울먹이는 셋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출근 채비를 서둘렀다. 유인 보드게임카페는 낮 시간엔 한산하지만, 방학이거나 주말, 그리고 퇴근 시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분주해진다. 가족 단위 손님, 학생들, 직장인 모임까지 다양한 손님을 응대하려면 매장에 꼭 상주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내 아이들은, 퇴근한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세 딸을 키우면서 장사를 한다는 건 어느 한쪽도 놓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큰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예민해지고, 둘째는 발레 학원 스케줄이 빡빡하다. 셋째는 아직 엄마 품이 필요한 시기. 하지만 손님 앞에서는 늘 웃어야 한다. “사장님~ 여기 추천 게임 뭐예요?”, “화장실 어디죠?”, “요건 어떻게 해요?” 등등 쉴 틈 없이 들어오는 질문들에 친절하게 응대하고, 정리하고, 소독하고, 상황을 체크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다. 가끔은 내 존재가 복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한 명은 엄마로, 한 명은 사장님으로. 하지만 현실은 하나의 몸으로 두 역할을 해내야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의 하루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지만, 체력은 바닥나 있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발레에서 칭찬받았어!”라는 말에 “그래? 대단하네~”라고 반응하면서도 머리는 이미 계산서, 재고, 다음날 예약 상태를 떠올리고 있다. 그런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이 일 또한 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바라보는 엄마로서의 삶도 의미 있지만, 경제적 자립과 내 이름을 가진 일터를 갖고 싶었다. 특히 보드게임이라는 매체는 내가 아이들과 소통할 때도 자주 활용했던 도구였다. 그래서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웃음의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리고 가게에서 생긴 일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어느새 그들도 “엄마 오늘은 어떤 손님 왔어?”라며 관심을 가져준다. 연결고리는 단절되지 않았다.

 

보드게임카페 운영의 현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보드게임카페를 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그거 요즘 잘 된다며?”, “놀면서 돈 버는 거 아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세밀하다. 손님이 많은 시간대는 정해져 있고, 한 번이라도 서비스가 불친절하거나 게임 설명이 부실하면 재방문은 없다. 게임 종류는 300개가 넘고, 손님의 성향에 따라 추천도 달라져야 하니 늘 공부해야 한다. 또 하나 현실적인 문제는 인건비다. 유인카페다 보니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하고,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그만큼 고정비가 올라간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 매장에 직접 상주한다. 청소부터 게임 정리, 손님 응대, 간식 준비까지 모두 내 손을 거친다. 심지어 고장난 게임 수리도 직접 한다. 손님들은 “사장님은 게임을 진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지만, 그 안엔 매일의 고군분투가 있다. 그리고 매출. 날씨가 좋으면 손님이 없고, 날씨가 나빠도 손님이 없다. 시험 기간, 방학, 주말, 명절 전후까지 매출은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하루에 15팀이 들어오면 한숨 돌리지만, 3팀으로 끝나는 날엔 퇴근길이 길고 무겁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날은 단골 손님이 와서 “여기 오면 힐링돼요”라는 말을 해주기도 한다. 그럴 땐 그래,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쉼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안도감이 든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줄었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엄마, 열심히 일하면서도 사람을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고, 내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 언젠가 아이들도 이 기억을 긍정적으로 기억해줄 거라 믿고 오늘도 문을 연다.

 

엄마 사장님이라는 직업의 무게

나는 여전히 매일 고민한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까, 아니면 가게를 더 키워야 할까. 하지만 선택이 아니라 조율이라는 걸 배웠다. 매일 아이들에게 한 가지는 꼭 해준다. 큰아이에겐 하루 한 번 대화 학교생활 힘든 이야기들, 둘째에겐 발레 영상 피드백이나 앞으로 수업방향계획 등, 셋째에겐 잠들기 전 꼭 안아주는 것. 그게 비록 짧아도, 아이들은 “엄마는 항상 날 챙겨줘”라고 느낄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가게에서도 나답게 일하려고 한다. 예쁜 조명, 따뜻한 분위기, 편안한 소파.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은 ‘돈 벌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나와 내 아이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아지트다. 그래서 청소도, 커피 내리는 일도, 게임 설명도 정성스럽게 한다. 그 속에서 나도 성장한다. 엄마로 사는 것도 쉽지 않고, 사장님으로 사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이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고 나를 완성시킨다는 걸 요즘 실감하고 있다. 아이들은 때때로 내게 “엄마 멋있다”는 말을 해준다.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도, 엄마이자 사장님으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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