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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자매 갈등 해소

by 소라해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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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하는자녀모습

 

세 딸이 있는 집에서는 매일이 작고 큰 갈등의 연속이다. 특히 사춘기를 맞은 첫째와, 예민한 둘째 사이의 다툼은 말보다 감정으로 더 격하게 오간다. 그런 아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평화의 열쇠가 되어준 것이 바로 ‘보드게임’이었다. 경쟁하면서도 웃고, 룰을 따르며 질서를 배우고, 자연스레 대화가 오가는 게임 속에서 자매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갔다. 

집 안의 작은 전쟁, 자매의 갈등

“언니가 또 내 말 무시했어!” “지가 뭘 잘했다고!” 거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전쟁터가 되었다. 세 딸 중 첫째는 중1, 둘째는 초등 5학년. 서로 성격도, 관심사도 다르지만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금세 다툼으로 번졌다. 첫째는 말을 직설적으로 내뱉고, 둘째는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셋째는 그 틈에 껴보려다 둘 다에게 눈총을 받는 일이 잦았다. 처음엔 나도 중재자로 나섰다. “말을 좀 예쁘게 하자”, “서로 양보해”, “왜 그렇게까지 화내니?” 하지만 말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첫째는 사춘기의 문을 제대로 연 상태라 감정 기복이 심했고, 둘째는 그 감정을 일일이 받아들이다 보니 더 억울해했다. 서로가 서로의 말과 행동을 오해하고 있었고, 결국은 말을 아예 안 하게 되는 날도 많았다. 아이들 사이의 긴장감은 집안 분위기까지 무겁게 만들었다. 셋째마저 조용히 방에 들어가는 날엔, 엄마인 나조차 말 한 마디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이런 날이 계속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싸워도 금세 풀렸는데, 지금은 감정의 깊이가 달랐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했다. 아이들의 감정을 말로 푸는 대신, 함께 웃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보드게임, 감정의 벽을 허물다

그날도 역시 둘째가 언니와 말다툼을 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마침 가게에 새로 들여온 가족용 보드게임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틱택봇’. 단순한 룰에 몸을 쓰는 미션까지 섞여 있어 남녀노소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나는 딸들에게 제안을 했다. “오늘 저녁에 가족 보드게임 한 판 할래? 이기면 아이스크림 쏜다.” 처음엔 당연히 둘 다 “안 해”라고 말했다. 그러다 셋째가 “나 할래!” 하고 외치자, 자연스럽게 둘째가 옆에 앉았다. 첫째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가 슬그머니 합류했다. 그렇게 세 자매와 내가 둘러앉은 게임판 위에, 어색한 공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점수를 따기 위해 집중하는 눈빛, “아 나 진짜 못하겠다~”라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 실수한 언니를 놀리는 둘째의 장난기 어린 말투. 모두 낯설면서도 반가운 풍경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둘째는 언니가 실수할 때 일부러 힌트를 줬고, 첫째는 동생이 우승했을 때 박수를 쳤다. 게임을 통해 경쟁과 협동이 동시에 이뤄졌고, 룰이라는 공동의 기준을 따르며 감정은 자연스럽게 순화되었다. 아이들이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같은 활동을 하며 웃는 표정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셋째는 잠자리에 들며 말했다. “오늘 언니들 웃는 거 진짜 오랜만이었어.” 나는 그 말에 울컥했다. 아이들도 서로의 갈등이 싫었던 것이다. 단지 감정을 푸는 방법을 몰랐을 뿐. 그리고 그 틈에, 보드게임이라는 도구가 스며들었다. 말로는 어렵던 화해가, 웃음이라는 감정으로 먼저 다가온 것이다. 그 후로 주 1회는 가족 보드게임 시간을 만들었다. 처음엔 아이스크림, 다음엔 치킨, 그러다보니 보상이 없어도 “오늘은 뭐해?”라며 먼저 묻는다. 서로의 성격도, 갈등도 여전하지만, 그 안에 숨 쉴 구멍이 생겼다. 그게 바로 보드게임의 힘이었다.

 

웃음이 갈등을 푸는 최고의 기술

자매 사이의 갈등은 당연한 일이다. 성장하면서 각자의 주장이 생기고,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항상 말로만 풀려고 하면, 아이들도 지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나는 보드게임을 통해 배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해결하려는 대화가 아니라,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보드게임은 단순한 놀이나 여가가 아니다. 아이들의 성격이 드러나고, 인내심을 배우고, 협동을 익히며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훈련장이 된다. 그 안에서 자매는 서로를 다시 보게 되고, 부모인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푸는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요즘도 아이들이 다투면 “오늘 밤 게임할래?”라는 말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처음엔 “싫어”라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자리에 앉는다. 웃음은 그렇게 다시 돌아온다. 갈등을 없앨 수는 없지만, 웃음으로 그 사이를 메울 수는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찾은, 자매 사이 평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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