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는 발레를 전공하며 무대에 서는 순간마다 빛났지만, 그 뒤엔 말하지 못한 눈물이 있었다.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 실수에 대한 자책, 콩쿠르에서의 아쉬움은 그 아이에게 깊은 감정을 남겼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오히려 진짜 실력을 키우는 힘이 되었다.
화려한 무대 이면의 진짜 이야기
발레를 시작한 지 4년, 둘째는 이제 무대에서 어떤 동작이든 자신 있게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콩쿨에 나갈 정도로 실력을 쌓았고,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빛나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 화려함의 이면엔 늘 긴장이 있었고, 무대 뒤에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딸이 있었다. 처음 발레를 시작했을 땐 단순히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전공이라는 이름이 붙고, 실력이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둘째는 키가 작은 편이다. 무대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서면 시선은 자연스레 큰 아이들에게 향했다. 둘째는 그걸 안다. 사진을 보면 늘 뒤에 서 있는 자신을 보고, “엄마, 나만 작지?”라고 조용히 묻는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일주일에 세 번, 많을 때는 다섯 번까지 학원을 다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가고, 저녁까지 연습을 마친 후 돌아오면 녹초가 된 얼굴이었다. 내가 보기에 둘째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늘 부족함을 먼저 말했다. “오늘 선생님이 내 동작만 세 번 고치셨어.” 그런 말 뒤에 아이는 늘 웃었지만, 그 웃음 안엔 자책이 숨어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둘째는 손을 덜덜 떨었다. 콩쿨 날 아침, 화장대 앞에 앉은 아이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입술을 깨물며 메이크업을 받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긴장했다. 실수 없이 해내길 바라는 마음과, 혹시나 마음이 다칠까 걱정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날 무대는 무사히 끝났지만, 결과 발표 후 아이는 화장실로 달려가 울었다. “나는 왜 항상 2등일까?” 그날의 눈물이, 바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눈물 속에서 자란 진짜 실력
① 결과보다 과정을 말해주기
콩쿨이 끝난 후, 아이는 계속 결과에만 집착했다. 나는 아이를 안고 조용히 말했다. “너는 무대에서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췄다는 게 엄마는 더 자랑스러워.” 그렇게 말하자 아이는 처음으로 “나 잘했어?”라고 되물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반복해서 말했다. “정말 잘했어.” 이 단순한 인정이 아이에겐 회복의 출발점이었다.
② 비교 대신 축하하는 분위기 만들기
같은 반 친구가 1등을 했을 때, 아이는 당연히 속상해했다. 그럴 때 나는 “친구도 잘했고, 너도 정말 멋졌어”라는 말을 했다. 실력 비교는 성장을 멈추게 하지만, 축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걸 아이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③ 콤플렉스를 받아들이는 힘
작은 키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키는 작지만 너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강한 동작을 가지고 있어.” 아이도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스스로 평가할 때 ‘작지만’이라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콤플렉스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과정이라는 걸 깨달은 듯했다.
④ 실수는 실력의 일부임을 알게 하기
무대에서 작은 실수를 했을 때, 아이는 며칠을 그 장면만 떠올렸다. 그럴 때 나는 유명한 무용수들의 실수 영상도 함께 보며 말했다. “완벽한 무대는 없어. 실력자는 실수 이후에 더 빛나.” 그 말을 들은 후 아이는 연습할 때 더 과감해졌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⑤ 무대 외의 세계도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발레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자연 속으로, 책방으로, 놀이공원으로 자주 나갔다. 무대가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아이는 조금씩 무게감을 내려놓았다. 그로 인해 오히려 무대에 더 자유롭게 설 수 있게 되었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성장의 증거
둘째 아이는 여전히 무대를 앞두고 긴장하고, 실수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콩쿨에서 1등을 하지 않아도, 박수 소리가 가장 크지 않아도, 자신이 무대를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에 당당해졌다. 나는 이 과정을 보며 ‘진짜 실력’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순위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이겨내는 힘이라는 걸 아이에게 배웠다. 눈물을 흘렸던 그날 이후, 둘째는 더 이상 결과에 좌우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그 자체로 성장을 느낀다. 우리 아이가 무대 뒤에서 흘린 눈물은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더 큰 무대를 향한 의지였다. 나는 이제 아이가 무대 위에 서는 순간보다, 무대 뒤에서 차분히 긴장을 푸는 그 순간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실력을 키우는 과정의 일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