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는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다.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모습에 모두가 감탄하지만, 그 속엔 말 못 할 외로움이 있다. 나이 차이 나는 언니들과 어울리지 못해 생긴 단절감,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로 보이기 위한 애씀. 먹는것 하나라도 내몫을 챙겨야한다는 독립심. 이번에는 그런 셋째를 키우며 겪은 막내 육아의 이면을 담고 있다. 작지만 깊은 감정을 지닌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읽고 다독여야 할지에 대한 나의 경험을 올려본다.
막내는 사랑만 받고 클까?
셋째는 태어날 때부터 온 가족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귀엽고, 작고, 야무져 보였다. 밥도 잘 먹고, 스스로 옷도 입으며, 종종은 언니들보다 더 이성적이기까지 했다. 모두가 “막내가 제일 똑 부러진다”고 칭찬했고, 나도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셋째는 늘 혼자였다. 첫째와 둘째는 나이 차이가 적어 자연스럽게 둘이 노는 시간이 많았고, 셋째는 그 곁을 맴돌며 혼자 놀기를 반복했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노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셋째가 잠결에 흐느끼며 말했다. “언니들이 나랑 안 놀아줘…” 그 말은 내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막내는 자신을 어른처럼 행동하도록 훈련해 왔다. 울지 않고, 떼쓰지 않고, 먼저 도와주고, 상황을 눈치 본다. 그 모든 행동은 사랑받기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제야 막내의 야무짐이 진심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낸 방어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무짐 속 외로움 읽기
① ‘혼자 잘 노는 아이’라는 환상
막내는 인형놀이도 잘하고, 혼자 그림도 그린다. 겉보기에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들 방문 앞에서 조용히 앉아있거나, 대화 중간에 끼지 못해 시무룩해지는 모습은 외로움의 표현이었다.
② 고집은 감정의 언어
막내는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럼 안 해”라고 말하곤 했다. 겉보기엔 고집이었지만, 그 안엔 ‘내 마음도 알아줘’라는 감정의 메시지가 있었다. 이 신호를 읽기 시작하면서 아이와의 갈등은 줄어들었다.
③ ‘착하니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막내에게 “참 착하네”라고 자주 말했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 기대에 맞추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기도 했다. 이후 나는 “속상하면 말해도 돼”라는 표현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④ 눈맞춤과 신체적 애착 늘리기
아이와 하루에 몇 번씩은 꼭 마주 보고, 안아주는 시간을 만든다. 막내는 대화보다 포옹을 더 오래 기억한다. 그 따뜻함이 마음의 공백을 채운다.
⑤ 막내의 세계에 들어가기
아이의 놀이에 함께 참여해보면, 그 안에 아이의 정서가 가득 담겨 있다. 내가 들어가주는 순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다고 느낀다. 그게 막내가 가장 원하는 연결의 방식이었다.
작지만 깊은 마음을 읽는 법
막내는 작지만 마음은 결코 작지 않다. 언니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외로움, 스스로 강해지려는 의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구까지. 이 모든 감정이 한 아이 안에 공존한다. 나는 셋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꼈다. 진짜 중요한 건 ‘야무짐’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다.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마음 한켠으론 여전히 ‘나도 안아줘’라는 사인을 보내는 아이.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받아주려 한다. 막내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더 자주 안아주고, 더 자주 들어줘야 한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막내는 ‘내 감정도 괜찮다’고 느낀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인 동시에,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일’이다. 막내 육아는 그래서 더 세심해야 하고, 더 따뜻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