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기에 중학교를 옮긴 첫째가 은따와 집단 따돌림을 겪으며 큰 정서적 고립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그 과정을 엄마로서 지켜본 나의 시점에서, 학교 대응의 한계와 외부 치료 병행, 은따의 현실 문제, 학폭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로서 정서적으로 아이를 지지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정리해보았다.
사춘기 전학, 시작부터 상처가 되다
우리 가족은 올해 학군지로 이사를 했다.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이었기에 큰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설렘과 기대가 컸었지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 그리고 달라질 일상. 하지만 사춘기 한가운데 있는 첫째에게 전학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일이었다. 입학 첫날부터 아이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말투, 묘한 거리감, 그 모든 게 아이를 점점 작게 만들었다. 그러다 서서히, 은따가 시작됐다. 처음엔 두세 명의 아이들이 말을 걸지 않고 쏙닥이며 무리를 지었고, 이내 큰 집단이 되어 첫째를 교실에서 완전히 고립시켰다. 말도 섞지 않고, 일부 아이들은 조롱하고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아이는 점점 무너졌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엄마인 나는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무관심했고, 아이의 호소에도 ‘네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봐라’는 식의 반응뿐이었다. 대문자 T로 불릴 만큼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대응은 아이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는 위클래스 상담을 시작했고, 지금은 정신과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 엄마로서 나는 매일이 죄책감과 싸움이다. 아이가 겪는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 옆에서 지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같은 아픔을 겪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실천한 구체적 해결 방안과 정서적 돌봄 방법을 알려줄려고 한다.
은따와 학교폭력, 부모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① 객관적인 기록과 정황 수집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날짜, 상황, 대화 내용, 주변 아이들의 반응까지 일지로 정리했다. 이는 추후 상담 과정이나 필요시 학교나 교육청에 공식 문제 제기 시 근거 자료로 매우 중요하다.
예) 일기, 메모, 그림, 캡처사진 등
② 학교와의 공식적 대화 채널 마련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중하고 명확한 톤으로 학교 측에 상담 요청을 했다. 담임이 무성의할 경우, 학년부장이나 학생생활부, 위클래스를 통해 공식 루트를 열었다. 이후 정기 상담과 학교 측의 대응 이력을 이메일로 남겨 객관성을 확보했다. 여기서 주의할점은 처음부터 감정적 대응시 담임의 적극적대응의 의지를 꺽을 수 있으므로 저자세는 아니지만 최대한 담임의 지지를 요구한다. 이점은 여러방면으로 중요하고 놓치면안되는 부분이다. 학교측에대한 대응할때의 명분과 엄마가없는 아이의 공간(학교)에서의 보호자를 확보하기위함이다.
③ 외부 기관과 연계된 심리치료 병행
학교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는 누명이라는 트라우마로 잠을 자지 못하고, 신체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바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전문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전문가의 개입은 아이의 감정을 말로 풀 수 있는 훈련이자, 자기방어감을 회복하게 하는 핵심 열쇠였다. 아이가 무너지지않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라 적극 추천한다.
④ 가정 내 안정적 환경 유지
가장 중요한 건 ‘엄마가 나를 믿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연습을 했다.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말보다, “너무 힘들었겠다”, “네 잘못이 아니야” 같은 지지의 언어를 반복했다. 감정이 올라올 땐 함께 울기도 했고, 말없이 옆에 앉아만 있어주는 시간도 많았다. 등하교도 함께했으며 학교,학원수업시간을 제외한 혼자가 아님을 항상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늘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잊지않고 구석구석에 이벤트로 표시해두었다. 예) 모닝문자메시지, 책사이에 쪽지편지, 필통에 응원문구 등
⑤ 외부 활동으로 감정 전환 시도
아이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학교 밖 활동을 병행했다. 아이가좋아하는 기타레슨, 집근처에있는 교회활동, 어릴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던지라 미술학원, 사춘기관련 정서를 다뤄줄 책, 좋아하는 연애인 덕질 등 강요 없이 ‘무언가에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사회적 관계가 무너졌더라도 아이 안에 살아있는 흥미와 감각을 깨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⑥ 은따의 현실적 문제점
은따는 물리적인 폭력이 동반되지 않아 교사나 학교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서적 괴롭힘은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며, 자기혐오나 사회 불안, 불면증, 식욕 저하 등의 심리 증상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교실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무시당하는 경험은 ‘존재가 삭제되는’ 듯한 고립감을 유발한다. 그 순간의 대처할수있는 대응법도 알려줘야한다. 쉬는시간에 할수있는 취미활동, 공부, 자기개발 등 혼자 즐기는법을 가질수있도록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⑦ 학폭으로 대응하기 위한 절차
은따를 공식적인 학폭으로 대응하려면 정황과 증거의 축적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작성한 일지, 부모의 상담기록, 위클래스 및 담임과의 상담 이력, 정식 민원 접수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은따’의 반복성과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교육지원청 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학폭 접수를 요청하고, 학교에는 관련 사실의 서면 제출과 증거 자료를 전달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부모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다.
지금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
아이가 고통을 겪을 때, 엄마는 늘 ‘왜 내가 더 빨리 몰라줬을까’, ‘어떻게 해야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자책 속에 산다. 하지만 아이가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건, 엄마의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함께 아파해주고 지켜봐주는 마음이다. 나는 지금도 매일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판단하지 않고, 대신 해결해주려 하지도 않는다. 아이가 울고 있을 땐 같이 울고, 말이 없을 땐 침묵을 함께 견딘다. 그리고 하루하루 일지를 쓰며 우리 모녀가 겪는 시간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언젠가 아이가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리라 믿는다. 학교 문제는 혼자의 싸움이 아니다. 위클래스, 정신과,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것은 아이를 위한 ‘시스템’이다. 부모가 버텨야 아이가 버틴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지금 우리 아이는 ‘사라지는 중’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그 길 위에, 매일 동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