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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막내의 발표 불안 극복법

by 소라해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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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있어보이는아이사진

 

 

 

늘 활달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던 막내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발표가 무섭다'는 뜻밖의 고백을 했다. 친구들의 반응이 두렵고, 자신은 크게 말했지만 질책하는 듯한 말투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한 3초는 멍했다. 내가 알던 나의 사랑이가 맞나? 집에서의 당당함과 다르게 위축되어진 표정이 나의 가슴에 스크래치가 생긴다. 나는 또 무엇을 놓친걸까..?

학교에서의 모습은 또 다른 세계

막내는 집에서 항상 목소리 크고 존재감 강한 아이였다. 언니들과 다르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확실하고, 자기가 원하는 건 끝까지 관철시키는 힘이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당당하고 활발하니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금방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개학 후 한동안은 기대한 대로였다. 매일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며 웃었고, 학교도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샤워를 시키던 중 막내가 갑자기 울 듯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나 발표하는 게 너무 싫어.” 나는 당황했다. 말도 많고 주장이 뚜렷한 아이가 발표가 무섭다고 하니 의외였다. 막내의 말은 이랬다. 자기는 크게 말했는데 친구들이 “더 크게 해!”라고 말했고, 발표가 끝난 후 어떤 친구는 “그게 뭐야?”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누가 욕을 하거나 때린 것도 아니지만, 아이는 그 말들에 큰 상처를 받은 듯했다. 나는 그동안 막내가 사회성이 좋다고만 여겼지, 그 안에 감춰진 감정의 결이나 섬세함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사건은 막내가 단순히 당당한 아이가 아니라,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아이임을 알려주었다. 아이의 말 속에 담긴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리고 발표라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지가 이 글의 주제다.

 

발표 불안, 정서적 공감과 훈육의 균형

① 감정을 인정하고 들어주기
아이의 “발표가 무섭다”는 말에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감정 자체를 그대로 받아주었다. “그랬구나, 그 말이 무섭게 들렸구나”라고 말하며 아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해주도록 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대신 표현해줄 때, 아이는 스스로를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② 발표를 연습이 아닌 놀이로 접근하기
공식적인 발표라는 형식이 부담스러웠던 막내를 위해 가족끼리 돌아가며 발표하는 ‘가족 회의’를 놀이처럼 해보았다. 발표 주제도 재미있는 이야기, 하루 있었던 일 등 가볍고 일상적인 것들로 구성해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도왔다.

③ 친구들의 말을 새롭게 해석해주기
“더 크게 말해”라는 친구의 말이 비난처럼 들렸다는 아이에게 그 말이 꼭 나쁜 의도는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 친구는 네 말이 궁금해서 더 잘 듣고 싶었던 걸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며, 하나의 상황도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④ 자신감을 키워주는 성공 경험 만들기
아이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기보다, 아주 짧은 한 문장을 용기 내어 말했을 때 크게 칭찬해주었다.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 같은 구체적 칭찬은 아이에게 발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갖게 된다.

⑤ 감정 공감 이후의 현실적 훈육
정서적 공감만으로는 아이가 성장할 수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반복적 회피는 아이의 사회적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준비를 함께하고 시도에 대해 보상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오늘 발표하면 저녁에 네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줄게” 같은 현실적인 보상은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막내의 목소리를 기다려주기

막내는 아직도 발표 시간이 되면 긴장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오늘은 짧게 말하고 싶어”라고 말한다. 나는 그것을 큰 변화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발표라는 상황을 피하기보다는 조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로서 발표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말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막내에게 말했다. “말을 잘하는 건 연습으로도 되지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더 중요해.”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는 막내가 발표를 잘하길 바라기보다, 발표를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용기이고, 표현은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꺼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막내의 목소리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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