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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딸 친구관계 돕는 현실법

by 소라해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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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아이들모습

 

화용론적 언어 사용이 미숙한 중학교 1학년 딸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오해를 사며 관계가 서툴렀다. 문장 구성이나 단어 선택은 정확했지만, 상황과 감정을 고려한 표현력이 부족해 또래들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고, 엄마인 나는 처음엔 그저 ‘말을 곱게 하라’고만 했다. 하지만 화용론적 언어란 단순한 말투 문제가 아니라 감정 인식과 상황 파악을 바탕으로 하는 복합 능력이라는 걸 깨닫고, 아이와 함께 ‘대화 복기’, ‘표현 교체’, ‘감정 어휘 훈련’ 등의 실제적 훈련을 병행했고, 서서히 친구들과의 오해가 줄고 웃는 날이 늘기 시작했다.

공부는 잘하는데 왜 친구는 없을까?

중학교에 진학한 첫째 딸은 늘 차분하고 학습 태도도 모범적인 아이였다. 성적은 상위권이고 숙제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모습에 주변 어른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있어 유독 친구 문제는 늘 갈등이 동반됐다. 첫째는 “나는 그냥 평소처럼 말했을 뿐인데, 친구가 기분 나빴다고 해”라며 억울해했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사람을 피하고 말 수가 줄어들었다. 엄마로서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왜 아이가 문제를 겪는지 몰랐고, 단순히 사춘기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상황들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교육 관련 강의에서 ‘화용론적 언어 미숙’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딸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용론은 문법이나 어휘처럼 눈에 보이는 언어 능력이 아니라, 상황과 감정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속상한 일을 이야기할 때 위로보다는 논리적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거나, 지나치게 직설적인 말투를 쓰는 경우다. 딸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말투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 결과 친구들 사이에서 차갑고 이기적인 아이로 오해받기 일쑤였다. 이 문제는 단순한 말투 교정이 아니라 인지 훈련, 감정 인식, 상황 판단을 함께 훈련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딸과 함께 하나하나 연습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딸의 대화를 복기하는 것이었다.

화용론적 언어 감각, 어떻게 키웠나

대화 복기 훈련: 친구와 나눈 대화를 상황별로 복기하게 했다. “힘들어”라는 말에 “쉬면 되잖아”라고 답한 것처럼, 말의 의도와 실제 전달된 감정이 달랐음을 분석하며 개선점을 찾았다.

표현 교체 연습: “그건 네 잘못이야” → “그럴 수도 있었겠다”와 같이 말의 온도를 낮추는 훈련을 했다. 공감 중심 표현을 벽에 붙여 자주 접하도록 했다.

감정 어휘 확장: ‘짜증나’, ‘화나’ 수준에서 ‘억울해’, ‘민망해’, ‘당황스러워’ 등으로 감정 어휘를 확장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도 더 정확히 표현하게 되었고, 타인의 감정도 잘 이해하게 되었다.

비언어 신호 읽기: 드라마나 유튜브 장면을 보며 말투, 표정, 눈빛 등 비언어적 요소를 관찰하는 훈련을 했다. 실제 대화에서 감정 캐치력이 좋아졌다.

자기 말 녹음 듣기: 본인의 말투를 직접 녹음해 듣고, “이 말투는 퉁명스럽게 들려”처럼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했다. 말투를 스스로 교정하는 데 효과가 컸다.

이 다섯 가지 훈련은 매일 10~15분씩 반복했다. 아이는 친구 감정에 공감하고,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을 서서히 키워나갔다.

 

훈련은 기술이고, 기술은 아이를 바꾼다

단순히 말투를 고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읽고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종합적인 언어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딸은 말이 틀리지 않았지만, 감정과 맥락 없이 전달된 말이 오해를 낳았고 친구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말하는 방식을 바꾸고, 공감 표현을 배우면서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제 딸은 친구가 속상할 때 “그랬구나, 힘들었겠다”는 말을 먼저 할 수 있고, 자신의 말투를 스스로 되돌아보기도 한다. 아이의 변화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았지만, 꾸준한 연습이 쌓여 작은 변화들이 모였고, 그것이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엄마로서 나는 지적이 아닌 동행의 자세로 아이를 대하는 법을 배웠다. 말은 기술이고, 기술은 누구든 익힐 수 있다는 믿음이 아이와 나 모두를 성장시켰다. 화용론 훈련은 단순한 언어 교정이 아니라 마음을 읽고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였고, 그 다리를 우리는 매일 조금씩 튼튼하게 쌓아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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