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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기로 한 그날, 관계가 시작됐다

by 소라해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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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손을잡고있는모습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에게 더 강하게 말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아이는 점점 말을 줄였고, 어느 날부턴가 표정까지 사라졌다. “왜 또 그러니”라고 되묻던 내 반응이 아이의 말을 멈추게 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번에는 아이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꾸하던 엄마가, '반응하지 않고 간격을 두는 기술'을 익히면서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려줄려고한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해결책이 아니라 ‘들어달라는 마음’일 때가 더 많았다.

그날, 또 목소리가 먼저 높아졌다

“엄마, 나 오늘 진짜 기분 나빴어.” 그 말에 나는 물었다. “왜? 또 친구랑 싸운 거야? 너도 말했을 거 아니야.” 아이의 얼굴이 굳었다. 입술을 꾹 다물더니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나는 화가 났고, 그런 내 모습에 또 자책했다. 왜 아이가 말할 때마다 나는 자꾸 반응부터 할까. 말을 듣기보다 판단을 먼저 해버리는 습관. 아이의 감정보다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말투. 그게 우리 대화를 매번 막아버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반응을 멈추는 연습을 시작했다. 아이의 말 한 문장이 끝날 때까지 내 말 한 글자도 꺼내지 않기로. 그 단순한 결심이 우리 관계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반응하지 않기로 한 엄마, 아이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1. 판단을 멈추자 말이 길어졌다
예전엔 아이의 말을 끊고 내 해석을 덧붙였다. “그건 네가 그랬으니까 그렇지.”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마.” 지금은 고개만 끄덕이며 듣는다. 그러자 아이는 한 문장을 두 문장으로, 감정을 덧붙여 이야기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풀리는 게 보였다.

2. 아이의 침묵을 감싸주는 건 반응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엄마, 그냥 말 안 하고 싶어.” 그전 같으면 “왜 말을 못 해?”라고 다그쳤다. 지금은 말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5분쯤 뒤,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사실 그게 아니었어…” 말을 기다릴 줄 아는 엄마가 되니, 말이 돌아올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3. 훈육보다 관찰이 먼저가 되었다
말투가 거칠 때, 예전엔 바로 “말 똑바로 해!” 지금은 “지금 좀 감정이 올라온 거구나”라고 말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톤을 낮추는 시간이 생겼다. 훈육은 말이 아니라, 공간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4. 질문은 멈추고, 감정만 확인한다
“왜 그렇게 느꼈어?”, “어떤 상황이었는데?” 이런 질문도 아이에게는 피곤했다. 지금은 오히려 “그랬구나” 한마디로 끝낸다.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 ‘다 말했다’는 감정 정리를 준다. 설명보다 인정이 먼저라는 걸 아이에게 배웠다.

5. 반응을 멈추자 아이의 말이 책임을 갖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지금은 말없이 기다리면 아이 스스로 “내가 좀 심했지?”, “다음엔 이렇게 해볼래.” 이야기의 끝을 아이가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반응은 개입이었고, 침묵은 아이의 책임을 기다리는 공간이었다.

아이의 말이 멈추지 않도록, 엄마가 먼저 조용해지기로 했다

아이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는 건 무시하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자 아이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대화가 이어지고, 감정이 정리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지금도 나는 완벽하지 않다. 말을 끼워 넣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가 말할 때, “잠깐만. 지금은 너의 말 차례”라고 속으로 되뇌인다. 아이의 말이 끝날 때까지 엄마의 말은 기다리기로 했다. 그 기다림이 우리 사이의 신뢰를 완성한다는 걸 이제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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