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엄마는 누구 편이야?”였다. 어느 날 막내가 서운한 듯 말한 “언니만 좋아하지?”라는 말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아이들은 ‘같이 사랑받는 것’보다 ‘나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원한다는 걸 그날 깨달았다.
“나도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어”라는 말의 뜻
막내가 울먹이며 내게 말했다. “엄마는 맨날 언니만 보고, 난 그냥 혼나는 것만 같아.” 그 말에 잠시 멈춰 섰다. 생각해보면 큰아이에게는 상담하듯 진지하게, 둘째에게는 감탄하듯 감성적으로, 막내에겐 기능적으로만 말해왔던 건 아닌가 싶었다. “숙제 했어?” “양치했니?” “언니 괴롭히지 마.”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아이는 ‘나만을 바라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게 시간이나 말의 양을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사랑을 건네는 것’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세 자매, 각각 다르게 사랑을 전해야 했던 이유
1. 첫째에게 필요한 사랑은 ‘존중’이었다
중학생이 된 첫째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사랑을 표현하면 쑥스러워하고, 다가가면 거리를 둔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 ‘존중의 태도’로 사랑을 보여줬다.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말투를 사용했다. “네 생각은 어때?” “조용히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 이런 말이 사랑으로 들리는 아이였다.
2. 둘째는 ‘감탄’으로 마음이 열린다
감성이 풍부한 둘째는 사랑의 언어가 ‘리액션’이다. “와, 네가 이런 색을 골랐다고?” “이 동작은 너만 할 수 있는 느낌이야.” 말 속에 감정이 실리면, 아이는 한층 더 깊게 마음을 연다. 칭찬과 사랑이 따로 있지 않은 아이이기 때문에, 표현 그 자체가 곧 사랑이다.
3. 막내는 ‘시간과 몸의 접촉’이 가장 중요했다
막내는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웃었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닿는 아이였다. 책 읽어주며 쓰다듬기, 엘리베이터에서 손잡기, 막내가 잠들기 전 침대 옆에 5분 앉아 있는 일. 이런 사소한 접촉과 시간 안에 사랑이 채워졌다.
4. 공평한 사랑은 ‘균등’이 아닌 ‘적절함’이었다
처음엔 하루 시간을 세 등분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똑같은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방식으로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5. 비교 없는 확인이 사랑의 언어다
“너도 예뻐” 대신 “너만의 분위기가 있어.” “네가 더 잘했어” 대신 “너의 방식이 정말 멋졌어.” 비교하지 않고 개별적인 시선으로 확인해주는 말이 아이들 마음을 제일 단단하게 했다.
똑같이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사랑하는 법
사랑은 수량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같은 말을 해도 아이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같은 행동도 다르게 느낀다. 그날 막내가 던진 “언니만 좋아하지?”라는 말 덕분에 나는 아이마다 사랑을 건네는 언어가 다르다는 걸 배웠다. 첫째는 존중, 둘째는 감탄, 막내는 접촉. 이제 나는 그들의 언어로 사랑을 말하려고 한다. 세 아이가 동시에 웃는 날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는 날이 많아지기를.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언어로, 엄마의 마음을 번역하는 중이다. 그렇게 엄마는 딸들의 카멜레온이 되어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