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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딸육아

발달지연 아이의 강점에 집중하는 학습법, 부모의 시선에서 실천하기

by 소라해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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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을자상하게업고있는아빠사진

 

 

발달지연이라는 단어는 부모에게 큰 충격이 될 수 있지만, 진단 자체가 아이의 가능성을 가리는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 역시 아이가 언어 발달지연 진단을 받았을 때 큰 두려움과 자책 속에서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점보다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글에서는 발달지연이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훈련을 반복하기보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부터 자신감을 키우고 학습 동기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핵심은 ‘부족한 걸 메우기’가 아닌 ‘잘하는 걸 확대하기’다. 강점을 중심으로 한 학습은 아이의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하고, 궁극적으로 약점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만든다.

진단보다 중요한 건, 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였다

아이에게 ‘발달지연’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언어 표현이 또래보다 느리고, 눈맞춤이 어색하며, 상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그렇게 자책하며 아이를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히 느낀 게 있다. 진단은 하나의 ‘정보’일 뿐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치료는 받니?”, “학원은 다녀?” 같은 질문이 오갈수록, 나는 아이를 점점 ‘문제 중심’으로 보게 됐다. 하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순간,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말은 느렸지만 관찰력이 뛰어났고, 낯가림은 있었지만 좋아하는 일에는 깊이 몰입했다. ‘부족한 걸 채우자’가 아니라 ‘잘하는 걸 키워보자’는 방향으로 전환했을 때, 아이는 놀랍도록 반응하기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반복 학습이나 강한 자극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과 강점을 중심으로 한 학습 방식이 필요했다. 결국 내가 해야 했던 건 ‘조급함을 내려놓고, 눈앞의 아이를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우리 아이의 학습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강점 중심 학습, 이렇게 실천했다

1. 좋아하는 것을 학습 도구로 삼기
우리 아이는 블록이나 조립놀이에 유난히 몰입을 잘했다. 처음엔 그저 노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서 패턴을 만들고 순서를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걸 학습 도구로 삼았다. 숫자 공부도 블록을 이용했고, 언어 표현도 상황극처럼 놀이화해서 익히도록 했다. 아이는 학습이라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개념을 받아들였다.

2. 잘하는 행동을 먼저 언어로 연결하기
말이 느렸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행동은 적극적이었다. 예를 들어, 장난감 정리나 그림 그리기처럼 이미 잘하고 있는 활동에 말을 덧붙였다. “이건 파란색 블록이네. 네가 파란색을 제일 먼저 골랐구나.” 이렇게 행동 → 언어 연결 순서로 훈련하니, 아이도 부담 없이 단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말이 아닌 경험에서 언어를 끌어올리는 구조였다.

3. 실수를 피드백이 아닌 자원으로 사용하기
아이가 무언가 잘못했을 때 바로 고치려고 하지 않고, 그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단어를 틀리게 말하면 “틀렸어” 대신 “오~ 그 말도 재미있네. 그런데 이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실수에 대한 부담이 줄고, 오히려 언어 놀이처럼 받아들였다.

4. 작은 성공을 반복해서 경험시키기
학습 목표를 낮추되, 성공 경험은 자주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10개 단어를 외우는 대신, 하루에 2개씩만 정확하게 익히도록 했다. 그렇게 익힌 걸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니, 아이도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가 스스로 “이건 내가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쌓일수록 학습 태도도 달라졌다.

5. 비교하지 않기, 조급하지 않기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는 순간, 내 표정이 바뀌고, 말투가 달라졌다. 그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지금도 자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지금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나, 아니면 기대에 맞추려 하고 있나?” 비교 없이, 아이의 현재를 인정해주는 것. 그게 강점을 키우는 출발점이었다.

우리 아이는 ‘다르게’ 자라고 있을 뿐이다

발달지연이라는 말은 ‘느림’일 뿐, ‘불가능’은 아니었다. 나는 그걸 우리 아이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 빠르진 않지만 분명히 배우고 있었고, 표현은 서툴렀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아이의 강점을 놓치지 않고 바라봐 주었을 때, 그 아이는 약점도 스스로 극복할 힘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이의 성장은 비교의 영역이 아니라 경험의 영역이고, 부모인 나는 그 경험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설계해줄 수 있는지에 집중하면 된다. 진단서보다 중요한 건 내가 매일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우리 아이는 지금도 여전히 자기 속도로 자라고 있다. 하지만 그 길 위에 ‘나는 괜찮아’,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자란다면, 언젠가 언어도, 사회성도, 학습도 아이 나름의 속도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 믿음이, 아이의 오늘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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