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이 학창시절에서 가장 예민한시기인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겪는 학생은 매일이 전쟁터다. 조용한 외면, 회피하는 눈빛, 대화에서의 배제는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한 번쯤은 '전학'이라는 선택지를 떠올리게 된다. 은따 상황에서 전학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 꼭 고민해야 할 현실적인 요소들과, 전학 외의 대안들, 그리고 장단점에 대해 사례와 함께 깊이 있게 풀어보고자 한다.
은따, 침묵 속에 고통받는 아이들
중학교에서의 은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 치명적이다. 따돌림을 당한다고 해도 물리적 폭력이나 노골적인 언어폭력 없이, 조용히 무시당하고 관계에서 제외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피해 학생은 “나만 또 빠졌어...”라며 자신의 감정을 쉽게 말하지 못하고,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현실에 더 깊이 스스로를 가둔다. 우리 첫째는 전학 후 전혀 아는 친구가 없는 반에서 시작부터 배제되었다. 말투나 분위기, 표정이 기존 집단과 조금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교묘한 거리두기가 이어졌고, 결국 점심시간에도, 소그룹 활동에서도 혼자 남게 되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교사의 개입은 제한적이었고, 아이는 점점 말수가 줄고, 눈빛이 흐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전학’이다.
전학, 회복인가 도피인가?
전학은 분명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상황과 환경, 그리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부분에서는 전학이라는 선택을 하기 전 고려해야 할 세부 요소와, 선택 이후 예상되는 변화들을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1. 전학의 기대 효과
- 새로운 시작의 기회: 기존 학교에서 겪은 관계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집단에서 출발할 수 있다. 과거의 이미지나 낙인이 없는 상태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 심리적 해방감: 반복되는 불안과 고립감에서 벗어나며 일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은따가 일상화된 상태에서는 물리적 공간 이동만으로도 감정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2. 전학의 부작용 및 주의점
- 문제 회피로 인한 반복 위험: 전학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은따의 원인이 아이의 성격적 특성이나 언어 표현 방식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유사한 어려움이 반복될 수 있다. 특히 내성적이고 감정 표현이 어려운 아이일수록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
- 사회적 뿌리의 약화: 반복적인 전학은 아이에게 ‘나는 어딘가 소속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혼란을 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학교에서 또래 집단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면, 고립감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 학습 단절과 교육 커리큘럼 차이: 전학으로 인해 교과 과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며, 새로운 학교의 시험 및 평가 방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
3. 전학 전 고려해야 할 조건
① 아이와의 충분한 대화: 전학이라는 결정은 반드시 아이와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 스스로가 전학을 원하지 않는데, 부모의 판단으로 강행될 경우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② 학교 및 지역 조사: 전학할 학교의 학급 분위기, 상담 체계, 학부모 평판 등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실제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지인을 통해 현실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③ 현재 학교 자원 활용: 위클래스, 상담실, 담임교사 및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통한 조치를 먼저 시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학교의 대응이 부족하거나, 반복적으로 실패했을 경우에만 전학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전학 이후 필요한 정착 전략
- 초기 관계 형성을 위한 전략: 전학 초반 아이가 너무 수동적이 되지 않도록 엄마가 함께 ‘관찰 노트’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누구와 친해보였는지, 점심은 누구와 먹었는지 등을 기록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무기력에 빠지지 않게 돕는다.
- 상담 및 치료 병행: 기존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는 경우, 불안감이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정기적인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아이의 정서적 회복 속도를 점검해야 한다.
- 자존감 유지 활동: 교외 활동(예: 예술, 스포츠, 봉사 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또래 외 다른 사회적 소속감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전학, 아이에게 맞는 결정이어야 한다
전학은 은따로 인한 고통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해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은 간단하지 않다. 아이의 감정, 현재 상황, 이후 환경 모두를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 중심’의 판단이 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 전학은 삶의 전환점이 된다. 새 반에서 친구를 사귀고, 자존감을 되찾고, 잃었던 웃음을 회복한 사례도 많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학교에서도 비슷한 상처를 반복하며 결국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감만 깊어진 경우도 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다. 판단보다 경청, 해결보다 공감이 우선이다. 그리고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전학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다만 그 선택이 아이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따뜻한 지지가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는 언젠가 말할 것이다. “그때 전학하길 잘했어” 혹은 “그때 그냥 버텼던 게,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했어.” 둘 중 어느 길이든, 그 길이 아이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