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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집수납장파손대처

by 소라해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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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치와법전사진


세 딸을 키우며 전세집에서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와 마주한다. 오늘은 막내가 수건을 꺼내려던 찰나 화장실 붙박이 수납장이 균열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 처음엔 아이 힘이 과했나 싶어 깜짝 놀랐지만, 면밀히 보니 오래된 습기와 부식으로 합판이 한계치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현재 전세 세입자라는 점이다. 수리비와 책임 소재를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하지 못하면 임대인과의 관계가 꼬이고 보증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글은 동일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을 위해 노후 하자와 임차인 과실을 구분하는 법적 기준, 증거 수집 요령, 임대인 통보 문구, 수리 견적 협상법, 보험 활용 팁까지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노후 하자냐 과실이냐, 첫 단추가 갈린다

오늘 저녁 막내는 목욕 후 물기 묻은 발로 욕실 수납장 앞에 섰다. 작은 키로 수건을 꺼내기도 버거운 아이에게 수납장 문이 갑자기 ‘뚝’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순간 퍼지는 합판 파편에 놀라 아이부터 안아 올렸고,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 비용을 누가 낼까?”였다. 전세 살이 10년 차인 나는 수도꼭지 누수나 문고리 교체 정도의 경미한 수리에 익숙했지만, 붙박이장이 통째로 분리된 건 처음이다. 주택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은 집을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민법 623조). 반면 임차인은 ‘통상적 사용으로 인한 마모’를 제외한 고의·과실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진다. 따라서 이번 파손이 오래된 노후와 습기로 인한 것인지, 아이가 문짝을 과하게 당겨 발생한 과실인지 구분하는 것이 모든 절차의 출발점이다.

 

책임 소재 판단에서 수리 완료까지 5단계 실전 플랜

첫째 단계는 증거 확보이다. 플래시를 켜고 파손 부위를 접사·균열 방향·합판 변색을 촬영한다. 습기로 검게 변한 경첩 주변, 나사못이 헛돌아 생긴 흔적을 찍어 두면 ‘노후’ 입증에 유리하다. 가능하다면 집주인에게 보낸 하자 신고 카톡 캡처나 계약 당시 찍어 둔 ‘깨끗했던 시절’ 사진도 추가한다.

두 번째 단계는 임대인 통보다. 전화보다 기록이 남는 문자·카톡으로 파손 사진과 함께 “노후 균열 탓으로 추정됩니다. 아이 과실 없음이 확인되었으며 수리 방안을 협의하고 싶습니다.”라고 보낸다. 민법 624조는 임대인의 필요 수선 행위를 임차인이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하니, 신속히 알리는 편이 분쟁을 줄인다.

세 번째 단계는 견적 확인이다. 붙박이장은 맞춤 가구라 모듈 교체 비용이 30~50만 원 사이로 잡히지만, 경첩·문짝만 교체하면 10만 원 미만에도 가능하다. 세 곳 이상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PDF로 보관하고 임대인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면 ‘바가지’ 시비를 피할 수 있다.

네 번째 단계는 비용 분담 협상이다. 시나리오는 크게 셋이다. A) 임대인 전액 부담: 노후 하자 입증 완료 시 가장 일반적. B) 임차인 선결제 후 임대인 청구: 급히 수리해야 샤워 사용이 가능할 때 선택. C) 경미한 수리 임차인 부담: 계약 특약에 “10만 원 이하 경미 수선은 임차인 부담” 조항이 있을 때 적용한다. 만약 임대인이 수선을 미루면 차임 감액 또는 내용증명, 임차권 등기명령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단계는 합의 문서화다. 카톡 대화에서 “○○일까지 ○○업체 ○○원 지불 후 수리”라고 명시하고, 수리 전·후 사진을 함께 보관한다. 이 문서는 퇴거 시 보증금 공제 분쟁을 막아주는 방패다. 추가로 임대인이 주택 종합보험을 들었다면 ‘시설물 파손 담보’로 청구 가능하고, 임차인은 실손 보험의 ‘개인 배상 책임 특약’을 통해 본인 과실 비중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

 

분쟁 없는 해결을 위한 세 가지 원칙

첫째, 사실과 증거가 감정보다 앞서야 한다. 파손 직후 아이가 울거나 집안이 혼란스러워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는 행동이 향후 수십만 원의 수리비와 임대인 관계를 좌우한다. 둘째, 법적 원칙을 알기 쉽게 정리해 임대인과 공유하라. “민법 623조에 따라 노후 하자는 임대인 수선 의무입니다”라는 한 줄이 전화를 열 번 하는 것보다 협상을 수월하게 한다. 셋째, 모두가 윈윈하는 대안을 제시하라. 임대인이 멀리 거주해 현장 확인이 어려울 땐 “제가 업체를 불러 수리 후 영수증 보내 드리고 비용은 차감 없이 선 정산받겠습니다”처럼 유연한 안이 분쟁을 사전에 차단한다.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상대의 걱정을 덜어주는 솔루션이 결국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된다. 육아와 사업으로 바쁜 생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집 수리 사건은 큰 스트레스지만, 철저한 증거 확보·법적 근거·투명 협상이라는 세 가지 틀을 익혀두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이번 경험을 정리해 나의 ‘세입자 생활 매뉴얼’에 추가했고, 다음엔 어떤 상황이어도 아이들과 함께 차분히 대처할 준비가 되었다. 독자들도 이 매뉴얼을 응용해 노후 하자와 과실 손해를 명확히 구분하고, 전세 기간 내내 안심하고 집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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