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보드게임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사람 없이도 굴러가는 시스템’, ‘밤에도 수익이 나는 구조’라는 말에 솔깃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공간을 설계하고 기계를 들이고 보니,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고 현실적인 한계도 뚜렷했다. 수익 모델, 방범, 기물 파손, 청결 유지 등 단순한 자동화 이상의 문제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이 글은 유인 보드게임카페를 운영 중인 엄마 사장이, 무인카페 창업을 준비하며 느낀 로망과 현실의 간극을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무인창업, 진짜 ‘사람 필요 없다’고?
유인 보드게임카페를 몇 년간 운영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내가 없을 때도 이 공간이 돌아간다면?” 세 딸을 키우며 주말마다 매장에 출근하고, 퇴근 후 청소까지 하다 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 특히 방학이나 명절 전후, 혹은 아이가 아플 때는 매장을 비워야 할지 운영을 계속해야 할지 갈등이 생겼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 것이 ‘무인 보드게임카페’였다. 처음엔 단순한 로망이었다. 무인 기계가 입장부터 결제까지 자동으로 처리해주고, 손님은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고 나가고, 나는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도 자동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이게 진짜 된다면 너무 좋겠다.” 그 순간부터 나는 전국 무인 카페 사례를 찾아다녔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관련 커뮤니티까지 샅샅이 뒤졌다. 실제로 운영 중인 곳은 의외로 많았다. 게임룸마다 CCTV를 달고, 입장 시 QR체크인 혹은 키오스크를 통해 인증과 결제를 하며, 몇몇은 24시간 운영도 가능하다고 했다. 셀프 간식바, 간단한 음료 제공 시스템, 심지어 무인 청소 로봇까지 갖춘 매장이 있었고, “하루 평균 20만원 이상 수익”이라는 문구에 가슴이 뛰었다. 이대로만 된다면 나는 현장을 떠나도 내 사업을 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그럼 청소는 누가 하지?”, “사고나 고장은?”, “청소년들끼리 와서 장난치면?”, “비흡연자가 흡연 냄새 때문에 불편하면?”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볼수록, 무인이라고 해서 진짜 ‘사람이 필요 없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무인이라는 건 단지 ‘비상주’이지, ‘무책임’은 아니었다. 결국 무인 시스템 뒤에는, 언제든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준비하며 마주한 현실의 민낯
무인 보드게임카페 창업 준비의 첫 단계는 '입장 시스템' 설계였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QR 입장 또는 키오스크 결제였다. QR코드는 멤버십 기반 운영에 유리했지만, 비회원 손님이나 어린이 손님이 접근하기엔 진입장벽이 있었다. 키오스크는 사용성이 뛰어나지만 설치비가 비쌌고, 고장이 잦을 경우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두 가지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 CCTV와 관제 시스템 ]공간 곳곳에 사각지대 없이 설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CCTV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출동할 수 있는 거리, 혹은 인력을 확보해야만 운영이 가능했다. 나는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상권만 고려했다. 지방 외곽 저렴한 임대료의 유혹도 있었지만, ‘출동 불가’라는 단점 하나로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청소 문제도 예상 외로 까다로웠다. 게임은 다회용이므로 위생 유지가 중요했고, 손님 입장에선 ‘깨끗하지 않은 보드게임카페’는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기 쉽다. 결국 하루 1~2회 이상은 누군가 현장을 청소하고 정돈해야 했다. 나 혼자 할 것인가, 아르바이트생을 둘 것인가, 외주 용역을 부를 것인가. 모든 시나리오에 따른 비용과 빈도, 품질을 계산해보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렸다. [ 가장 민감했던 건 방범과 민원 ] 무인공간은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 출입 통제, 취식 문제, 음란행위 예방, 도난 방지 등의 안전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 특히 밤 시간 운영 여부에 따라 방범 이슈는 급격히 달라졌다. 나는 최종적으로 ‘24시간 운영 포기, 새벽 1시 종료’로 방침을 정했다. 비상벨과 도어락도 고급형으로 설치할 예정이고, 여성 혼자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한 ‘1인석/2인석’ 구획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 수익모델 구조화 ] 단순 입장료로만 수익을 내는 건 어렵기 때문에 간식 자동판매기, 유료 프라이빗 룸, 생일 파티 패키지 등 부가서비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고정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이 구조는 아직 실험 중이지만, 유인 카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무인이라고 다 쉬운 게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시뮬레이션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유인보다 더 위험하다. 하지만, 그만큼 잘 구축하면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로망은 현실과 손잡을 때 비로소 움직인다
무인 보드게임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로망’과 ‘현실’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율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단지 ‘힘들지 않고 수익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 구조를 설계하면서 점점 더 ‘내가 원하는 공간’을 생각하게 됐다. 손님들이 편하게 머물고, 안전하고, 재방문하고 싶은 공간. 무인은 ‘자동’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은 디테일한 설정과 반복되는 검증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게임별 파손률, 시간대별 혼잡도, 연령대 분석표를 만들어보며 ‘내 공간에 어울리는 무인 시스템’을 맞춤 설계하고 있다. 아이 셋을 키우며 하루하루 빠듯하게 사는 중에도, 내가 이 창업을 밀고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 내 삶과 아이들의 시간을 같이 품는 공간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이 무인카페가, 내가 없는 시간에도 정직하게 작동하고 손님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로망은 현실과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위에 천천히 내려앉아야 한다. 나는 지금 그 착륙지를 만들고 있다.